" 어때... 완벽한 위작을 마주한 기분은. "
위작가의 블랑쉬
리브 발렌타인
Liv Valentine
-영국
-181cm | 70kg
-2298 | 10 | 16
-28세
- 거미인형 가방, 학종이, 끈리본
Comission by @dream_inU
위작가의 블랑쉬
가짜를 진짜처럼, 원작을 따라 해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낸다. 그러나 결국 원본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하기에 그의 작품은 진짜가 되지 못하고 위작으로만 남는다. 리브 발렌타인이 예술가가 아닌 위작가로 머무는 이유라고도 볼 수 있겠다. 제 아무리 섬세하게 흉내내도 흠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가 다른 이들의 감정을 따라 하지만, 그것이 진짜 본인의 감정이 되지는 못하는 것처럼.
결국 작품의 탄생도, 인간의 탄생도, 진짜는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는 법이다. 어떻게 해도 진짜가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리브는 다른 작품의 형태를 훔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였다. 무던한 노력 끝에, 그에게도 재능이 발견되긴 했다. 비록 위작가라는 이름이지만. 모두의 앞에서 완전한 위작을 선보였기에 얻어낼 수 있었던 재능이다. 진짜와도 같은, 그럼에도 진짜가 되지 못하는, 위작의 조건을 고루 갖춘 그의 작품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성격
“덕분에 알 것 같아.”
반사회적 인격장애. 보통 사람과 달리 감정적, 공감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다. 부족한 공감력이 티나게 될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도 확 줄어들었다. 갑작스레 보통 사람과 같은 공감력을 지니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타인을 따라 하는 것을 멈춘 것도 아니지만, 지난 경험과 지식이 충분히 쌓였기에 이제는 자연스러움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보통과 같지 않으면서 같은 척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묘한 구석은 남아 있다. 가령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마치 타인의 감정을 짐작해 읊는 것처럼 군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는 노력의 결과라 볼 수 있었으나, 공포와 불안에 관한 것 만큼은 쉬이 흉내를 낼 수가 없어서 여전히 둔한 반응을 보였다.
솔직한 표현을 했을 때 왜 묘한 반응들이 돌아왔는지, 남들에게 있어 당연한 것이 제게는 왜 당연하지 않았는지, 지금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안다. 어리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 있었던 진실을 계속해서 피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의 이상(異常)을 알아차렸다. 무의식적 본능에 가까웠던 흉내는 이제 다분히 계획적인 행위가 되었고, 남들을 따라 하면서도 그러지 않는 것처럼 포장할 줄 알게 되었다. 진실을 마주했기에 더더욱 진실로 굴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은 어쩐지 아이러니하다. 그가 유일하게 꾸밈없이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은, 직설적으로 말을 내뱉는 순간이다.
그가 아둔한 것처럼 굴고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던 것은 결코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확신을 만들기까지의 준비가 필요해서였지. 감정에 관한 것은 논리와는 거리가 멀어 답이 정해져 있는 무언가가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오랜 관찰 끝에 그는 어떤 식으로 굴어야 보통 사람처럼 보이게 될지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웃는 얼굴이야말로 무언가를 감추기에 가장 알맞다는 것을 알았기에 자연스레 웃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그것을 기본 표정처럼 정착시키기까지 했다. 남들에게서 조금씩 훔쳐와 완성하게 된 지금의 모습을, 그는 자신의 작품 만큼이나 애정하고 있다. 어쩌면 그 또한 일종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타
0. 과거
: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의사.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그 대신으로 돌봄이 부족했다. 리브가 날 적부터 보모를 따로 구해 맡겼을 정도.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긴 공백에 죄책감이 들었던 부모님은 끝없는 지원으로 자리를 메우게 된다. 이러한 일은 리브에게 있어 각각 장단점이 존재했다. 첫째, 감정의 결여를 서적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둘째, 가까운 보호자의 빈자리가 큰 것과 동시에 물질적인 지원을 무조건적으로 쏟아붓는 행위로 인해 내면의 이기심이 커졌다. 안그래도 선천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던 아이는 더더욱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갖추게 된다. 업무에 치중하던 부모님은 자식의 이런 성장과 변화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 몇 번은 사고가 있었다. 리브가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보인 것이다. 변화를 알아차리려면 이때가 기회였다. 하지만 당시 리브 부모님의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진실을 그대로 고하지 못했고, 용기를 낸 누군가가 조심스레 말을 흘려도 부모님은 리브가 아이라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어영부영 넘어가게 되었다.
: 그리하여 가장 가까웠던 보모가 세운 대책이 날뛰는 공간을 방 안으로 한정시키는 일이었다. 폭력적인 성향을 아주 잠재우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나름의 대책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리브는 따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는지 이후로는 타인의 앞에서 공격적으로 구는 일이 조금 쯤 줄어들었다.
1. 방
: 누구의 간섭도 없이 유일하게 자유로이 굴 수 있는 공간, 방 안. 바깥에서도, 아카데미에서도 온통 어지러운 풍경이었던 것은 그의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과 관련이 있다. 주변의 물건이 대상이었다가 언젠가부터는 버려질 운명인 자신의 작품으로 공격이 향했다. 정리를 해두더라도 같은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니 그 스스로도 일찍이 정리하는 것을 포기했다.
: 그가 함부로 굴어 흠이 나게 한 것 중에는 거미 인형도 있었는데, 겉면이 터져서 솜이 삐져나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다만 직접 만든 만큼 애정이 있어 금방 수선을 해서 메웠다. 인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여러 번 꿰맨 자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에 몰두하며 그것을 부수는 일이 늘어나면서부터 인형을 대상으로 한 폭력도 줄어들었다.
2. 리페도라 아카데미
: 다행이라면 다행인 사실. 그가 바깥에서 지내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온 아카데미에는, 상냥함과 올바름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타인에게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크게 엇나가지 않은 데에는 분명 그 영향이 컸을 것이다.
: 문제가 있다면, 바뀌지 않는 본질 탓에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도일까. 나쁘다고 정의된 일,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는 그것을 똑바로 이해해서가 아닌 주변과 틀어지지 않기를 욕망하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게 표현을 하자면 모두와 오래 친구 관계로 남고 싶기 때문에. 그는 아카데미의 친구들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고, 놓치고 싶지 않아 나름의 최선을 보였다. 다르게 말하자면 언젠가 그 흥미가 떨어질 날이 온다면, 그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일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말 그대로 시한폭탄 같은 존재.
: 이렇듯 모두를 좋아하고 있지만, 기묘한 구석이 하나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애정은 역시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얻어 아끼는 것과 좋아하는 친구들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것은 그 결이 크게 다르지 않다.
3. 위작
: 타인의 작품을 본떠서 따라 만드는 일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시작한 일이었다. 지금에 이르러 스스로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타인의 것을 빼앗아 제 것처럼 삼는 일이 꽤 즐거웠기 때문에. 진짜가 못 된다 해도 그것이 진짜라고 속이면 된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